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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 앙상블라온 박민아대표
  • 관리자
  • 2026-04-13
  • 조회수 19

"삶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연뿐이라는 말이었다. 자연의 순리라는 말처럼 물은 아래에서 위로 흐르지 않고, 계절마다 피는 꽃들도 각자의 때를 따라 피어난다. 시간의 흐름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그 질서가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동백꽃 산수유 목련 벚꽃 진달래까지 다양한 봄꽃들이 곳곳에 피어난다. 예전에는 각자의 순서에 맞게 차례로 피어나던 꽃들이 요즘은 순서와 상관없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피었다가 금세 지고 만다.

 

비단 우리 아파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4월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꽃구경 인파로 도로가 마비되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좋은 것을 보기 위해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는 또 다른 혼잡과 불편을 겪게 된다. 질서가 흐트러진 풍경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시간도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나는 일곱 살에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1970년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기보다는 잔소리를 덜 듣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전공의 길로 이어졌고, 서울의 대학을 목표로 강남까지 레슨을 다니며 피아노와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다 결국 그 시간은 나에게 버거운 무게가 되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십대의 나는신경쇠약과 위염, 맹장 수술까지 겪으며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자신감은 점점 사라졌고 무대 공포증까지 찾아왔다.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리라 믿었던 그 핑크빛 미래는 꽃이 모두 진 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처럼 멈춰 서 버렸다. 내 세상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에 뒤죽박죽이었다.

요즘 내 주변에는 이와 비슷한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있는 사람이든 모두 같은 질문을 한다. 열심히 살아왔고 살고 있는데 왜 더 혼란스러운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쉬어가도 괜찮다고. 자연의 질서가 흔들린 것 역시 너무 빠르게 몰아붙인 결과라면, 우리의 삶도 비슷한 이유로 흔들리는 것일지 모른다.

십대의 나는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마치 그 결과를 이루면 거기가 도착지인 것처럼 남들보다 빠르고 완벽하려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며 삶에는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 간다는 것을, 그것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나의 속도로 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면 우주의 어딘가에 또 다른 인생의 무대가 있어 내가 필요할 때 '짜잔'하고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

출처 : 대전아트뉴스(http://www.djar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