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 창의력오감센터 대표

초창기 학원에서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남학생 둘이 유난히 친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매일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오는 시간이 겹쳤고, 3년 가까이 거의 매일 만나다 보니 같은 학교 친구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둘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둘 다 태권도 학원도 다니고 있었고, 막 사춘기에 접어든 남학생들이었던 만큼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험한 말이 오가기 시작했고, 곧 주먹이 오가는 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나까지도 긴장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으르렁거리던 두 아이가 갑자기 등을 돌리더니 각자 피아노 연습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연습을 시작했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지만 그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아이들의 판단에 맡겨 둔 채며칠을 지켜보았다. 며칠 뒤, 그 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장 친한 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이 이야기 말고도 우리 학원에는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문제가 생기면 학생들을 모아 놓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스스로 이야기하게 한다.
학원의 규칙도 어른이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학원 10계명'이다.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배운 것을 알려 주며, 함께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놀라운 예술의 힘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왜 문화예술이 필요한지 묻는다. 왜 아이들에게 예술 교육을 해야 하는지, 왜 공연과 음악이 삶에 필요한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예술은 단순히 악기를 잘 연주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노래를 잘하게 만드는 일만도 아니다.

예술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게 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결국 예술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힘, 조금 더 선한 사람이 되는 힘,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예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훌륭한 예술가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