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 창의력오감센터 대표

딸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나의 전반부 육아는 끝이 났다. 수능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여동생과 여행을 계획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도시는 파리였다. 사실 파리는 음악을 하는 나에게도 그다지 가고 싶은 도시가 아니었다.

SNS를 통해 접한 파리의 모습은 낭만보다 소매치기와 쓰레기, 불친절함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았고, 어느새 나 역시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이 열렸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문득 '그렇다면 직접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을 전공한 동생의 "언니, 파리는 꼭 한 번 가봐야 해"라는 권유가 마지막 한 스푼이 되어 우리는 망설임 없이 파리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렇게 파리를 비롯해 브뤼셀과 암스테르담까지 둘러보는 10일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항공권과 호텔, 기차를 모두 직접 예약하는 자유여행이라 준비할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설렘이 더 컸다. 게다가 예약을 마친 뒤 유류할증료가 크게 올라 내가 결제한 항공권 가격의 세 배 가까이 오른 것을 보며 '참 잘 예약했다'며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 찾아왔고 우리는 드디어 파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던 길. 차창 너머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에펠탑은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50년 동안 안 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에펠탑인데…' 그동안의 오만함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사진으로는 수없이 봤던 풍경이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에펠탑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파리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보일 듯한 웅장함과 묵묵히 도시를 지키는 존재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어떤 아름다움은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절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5일 동안 파리에 머물렀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라파예트 백화점, 몽마르트 언덕, 사크레쾨르 대성당,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콩코르드 광장…. 그리고 당시 이강인 선수의 유니폼이 걸려 있던 파리 생제르맹 공식 매장까지. 지금은 다른 팀으로 떠났지만 그때의 흔적은 여행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세느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강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고, 골목마다 자리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조차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파리는 유명한 관광지가 많아서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이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예술이 스며 있는 도시였다.

박민아 창의력오감센터 대표
박민아 창의력오감센터 대표

여행을 다녀온 뒤 누군가 내게 파리의 멋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에펠탑도, 루브르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거리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카페, 그 곳에서 먹었던 크루와상과 커피 한 잔, 창문마다 걸려 있던 꽃, 오래된 건물의 색감, 느긋하게 책을 읽던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종종 가보지 않은 곳을 쉽게 판단한다. 누군가의 말과 화면 속 장면만으로 그곳을 모두 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걸어보고, 바라보고, 느껴본 세상은 언제나 예상보다 훨씬 깊고 아름답다. 파리의 멋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편견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아름다움이었다.